친교의 신앙으로 선교하는 제자공동체
“거룩하신 아버지, 나에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 사람들을 지켜주십시오. 그리고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주십시오.” (요한 17:9-11)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신자 여러분!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이하여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어둠 속에서 빛을 구하듯,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 있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구원과 새로운 희망을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 감염증과의 치열한 전쟁은 지구촌 곳곳에 아픈 상흔을 남기고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백신이 개발되었고 조만간 국내에도 보급이 되고 치료제가 양산되어 하루빨리 일상이 회복되길 기대합니다.
2021년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앞에는 여전히 많은 어려운 일들이 예상됩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믿고 신뢰하며 살아가는 신앙인으로서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어떻게 믿음의 길을 담대히 걸어가야 하는지, 우리 교회는 하느님께서 이루어 가시는 구원의 방주로서 어떻게 그 역할과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지,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 지구 생명을 살리는 교회가 될 수 있는지, 그래서 어둠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떻게 구원의 빛을 밝히고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살피면서 그 길을 찾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어떤 상황이나 처지에서도 우리의 신앙과 교회로서의 역할과 사명은 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진실한 사랑, 친밀한 우정, 그리고 건강한 믿음은 어려울 때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마찬가지로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건강한 교회의 진가는 빛나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코로나 19라는 힘든 상황에서 우리 성공회의 신앙과 신학 그리고 선교의 정신이 그 진가를 발휘할 할 때입니다. 우리 교회가 간직해 온 아름다운 신앙의 유산과 전통을 회복하여 우리 교회의 장점과 강점을 살려낸다면 우리 교회는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의 신앙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우리 성공회는 오랜 역사와 전통 안에서 친교 상통, 커뮤니언을 이루려고 노력해 온 교회입니다. 우리의 전례와 예배, 제도와 질서, 의사 결정과 절차 이 모든 것들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이 서로를 위해, 서로 함께, 서로를 향해 ‘거룩한 친교로서 하나를 이루듯’이 거룩한 친교와 상통이 얼마나 중요한 신앙인지를 일깨워 줍니다.
교구장 주교와 모든 성직자, 주교의 파송으로 지역교회를 섬기는 성직자와 신자들, 그리고 신자와 신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거룩한 친교와 상통 그리고 일치가 선교의 원동력이고 출발입니다. 주님의 교회를 이루고 있는 우리가 거룩한 친교를 이루어 하나를 이루지 못하면 우리의 선교와 전도, 봉사와 예배가 영적인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교회가 거룩한 친교와 상통의 신앙을 회복하는 일, 주님의 몸으로 일치를 이루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선교와 성장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신앙의 회복과 성장을 위해서 서울교구는 2021년부터 교육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하여 모든 성직자와 교우들이 함께 배우고 가르치고 소통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평신도사역자 교육기관인 세실대학 운영을 비롯하여 여러 신앙 교육 과정에 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이런 교육관리시스템을 통해서 서울교구의 성직자와 신자들이 영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기쁜 여정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지난 대림절부터 365 성서통독 신앙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성서와 전통 그리고 이성에 근거하여 신앙의 권위를 세우고, 하느님의 뜻을 찾아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특별히 우리의 신앙은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를 읽고 묵상할 때 자라납니다. 성서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지혜를 얻습니다. 지금처럼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가 가야 할 믿음의 길을 밝히는 구원의 등불이 될 것입니다. 2021년 한해 서울교구의 모든 신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힘을 얻고 성숙해가는 복된 은총의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동안 2차례에 걸쳐 코로나19 극복기금 모금에 동참해 주신 교회와 교우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봉헌이 어려운 교회를 섬기시는 신부님들과 교우 여러분께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고 힘이 되어 주는 모습은 주님께서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세상이 고통을 겪을 때 주님의 교회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의 고통을 참아 견디는 것을 넘어서서, 주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친교의 신앙으로 세상의 아픔을 보듬어 생명을 회복하고 살리는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친교의 신앙으로 선교하는 제자공동체!” 이 선교표어가 참된 다짐이 되어 우리가 주님과 하나가 되고, 세상 모든 이에게 친교 상통의 은총과 진리가 우리 교회를 통해서 널리 퍼져 나가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가 풀어가야 할 과제들을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우리 재단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선교기관을 설립 취지와 목적에 맞게 바르게 운영해야 합니다. 관구에서 관리하던 성직자 퇴직기금을 교구 관리로 전환 운영할 때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우리의 사목이 선교 중심의 구조로 변화를 이루어 가야 합니다. 이 모든 일은 주교와 성직자와 신자들이 함께 기도하면서 지혜와 힘을 모아야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마태오복음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 위해 오신 성육신 사건으로 고백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에게 마지막 사명을 주시면서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임마누엘 –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이 선언이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면 우리는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듯이, 힘겨운 때를 지내고 나면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기억하시고, 돌아보시고, 우리를 위해 우리를 통해 구원의 일을 행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시는 주님께서 모든 성직자, 수도자 교우들을 은총으로 지키시며 이끌어 주시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로마서 8:28)
2021년 1월 1일 거룩한 예수 이름 축일에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교구장 이경호 베드로 주교
‘2021년 서울교구장 주교 신년사목교서’을 통독하며 “친교의 신앙으로 선교하는 제자공동체” 말씀과 그리고 ‘주님의 교회를 이루지 못하면 우리의 선교와 전도, 봉사와 예배가 영적인 힘을 발휘하기 어렸다’고 말씀하십니다 진정 2021년 이경호 주교님의 ‘신년 사목교서’에 공감하며 힘찬 박수로 환영하고 실천하길 원합니다
우리 대한성공회의 발전과 각 교회 발전이 친교의 신앙으로 선교하는 제자 공동체로 꼭 이루어지리라 굳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