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권리는 창조주께서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 권리는 훼손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대한성공회의 모든 교회는 2024년 12월 3일 발표되었던 비상계엄 조치가, 6시간 만에 무효화되었음에도, 하느님께서 주신 기본적 권리와 민주주의의 근본을 침해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슬픔을 표합니다.
이번 비상계엄은 전시나 국가적 위기 상황이 아닌 평화로운 시기에, 헌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선포되었습니다. 다행히 국회의 의결로 인해 6시간 만에 해제되었으나, 이번 사태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행위로,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회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조치는 국민들의 실생활에도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경제적 불안정과 국가 신인도의 실추는, 우리의 이웃이자 형제자매인 국민들에게 이미 실질적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고통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이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데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음을 고백하며, 어떠한 조치나 결정도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요청합니다.
- 입법부와 사법부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대통령과 그 측근 책임자들의 헌정 유린 행위에 대해 철저히 규명하고 명백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며,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고 민주적 질서를 회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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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과 국민의 기본권을 사적으로 침해한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해야 합니다. 또한 행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깊이 반성하고, 민주적 절차와 법치주의를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더 이상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거나 불안을 조장하는 행위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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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자신의 권리를 평화롭게 주장하며, 함께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대한성공회는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번 하느님 나라의 정의와 사랑을 실현하는 사명을 되새깁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이 땅에 정의를 세우시고, 평화를 이루실 것을 굳게 믿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용기와 지혜를 주셔서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금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게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24년 12월 4일
대한성공회 관구장 부산교구장 박동신 오네시모 주교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김장환 엘리야 주교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김호욱 디도 주교
교구장님들께서 먼저, 하느님의 정의와 생명의 기준으로 작금의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힘이 됩니다!!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