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기는 그리스도교 교회력의 핵심이 되는 시간입니다. 초대교회는 이 절기를 지키며 놀라운 기쁨과 승리의 감격을 맛보았습니다. 부활절기는 부활주일로 시작하여 성령강림주일(오순절)에 이르는 오십(50)일을 말합니다. 그래서 부활절기는 ‘위대한 오십일, 기쁨의 오십일’로도 불렸습니다. 이 거룩한 시간에 우리 대한성공회 서울교구는 ‘설립 60주년’이라는 또 다른 기쁨의 순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활절기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과 미래에도 살아계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확인하고 찬양하는 시간인 것처럼, 우리의 60주년 기념 역시 과거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사명을 재확인하며 미래를 향한 비전을 함께 나누는 거룩한 시간으로 함께하고자 합니다.
4세기 니케아 공의회가 부활의 기쁨을 강조하기 위하여 ‘기쁨의 50일’ 동안 무릎을 꿇지 않도록 정했던 것처럼, 이 설립 60주년의 기념 역시 단순한 종교적 의례나 행사에 머물지 않고 부활의 기쁨과 능력을 세상에 전하는 살아있는 증인으로서의 우리의 소명을 일깨우는 시간으로 삼고자 ‘설립 60주년 기쁨의 50일 기도운동’을 시작합니다.
이제 우리는 “설립 60년, 함께하는 선교, 변화하는 세상’이라는 슬로건 아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이 슬로건은 세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 설림 60년’은 우리의 뿌리와 역사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성공회 신학의 핵심인’기억'(anamnesis)을 통해 과거의 은혜를 현재화하고, 우리를 이끌어 오신 하느님의 손길을 되새깁니다.
둘째, 함께하는 선교’는 성삼위 하느님의 선교(Missio Dei)에 동참하는 우리의 사명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세상을 향해 파견된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육신하신 말씀처럼 세상 속에 육화되어 하느님의 화해와 치유의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셋째, 변화하는 세상’은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이 땅에 구현하는 변혁적 사명을 의미합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듯, 우리는 그 현존의 증인으로서 세상의 고통과 불의에 응답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신앙과 비전을 가슴에 품고 ‘기쁨의 50일 운동’에 함께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