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서울교구장 주교 신년 사목 교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습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날들을 허락하시고 변함없는 사랑으로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의 크신 은총이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의 모든 교우들과 성직자, 수도자들에게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코로나 19 감염증은 여전히 우리의 신앙생활과 일상의 삶을 힘들게 합니다. 전 지구 차원의 기후위기, 생태위기도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분쟁과 전쟁의 위험, 그로 인한 인권 침해와 사회 곳곳에서 만연한 차별과 편견 그리고 혐오와 갈등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주님의 몸을 이룰 수 있는지…. 어떻게 교회의 역할과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지…. 어떻게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함께 연대와 협력하여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지…. 기도 가운데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서울교구는 ‘신자에서 제자로!’, ‘주님의 제자, 세상을 위한 교회’라는 표어로 우리 교회가 건강한 주님의 교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친교의 신앙으로 선교하는 제자공동체”로 표어를 정했습니다. 이는 주님의 몸, 교회를 이루고 있는 성직자와 신자들이 거룩한 친교로 일치를 이루어야 우리의 사목과 선교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직무 성직자와 신자들이 거룩한 친교와 상통으로 일치를 이룰 때 우리의 기도와 우리가 드리는 전례는 하느님의 은총을 나누고 누리며 치유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교회 안에서 거룩한 친교로 일치를 이룰 때 우리는 인격의 변화, 삶의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럴 때 우리 교회는 영적인 성장과 성숙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교회는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서로를 위해서, 서로 함께, 서로를 향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삼위일체 하느님의 존재 방식을 본받아 거룩한 친교로 일치를 이루는 신앙공동체입니다.

 2022년의 주제 성구는 요한복음 13장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라는 말씀으로 정했습니다. 주님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몸소 사랑의 본을 보여 주신 주님은 그 사랑을 본받아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사랑으로 더 깊은 일치와 연대를 이루어 하느님의 생명, 하느님의 진리와 자유가 온 누리에 가득하도록 힘쓰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사랑의 힘, 은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랑의 힘으로 주님 가신 그 길을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랑의 힘으로 새로운 변화와 성장, 성숙을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힘과 능력으로 하느님의 구원, 새로운 세상,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가는 주님의 제자들입니다. 진실한 사랑과 우정에는 언제나 자기희생이 따릅니다. 자기희생 없는 사랑이나 우정은 거짓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새로운 계명을 주셨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그것이 제자의 표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우 여러분! 

교회는 이 세상 한가운데서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의 사랑과 능력을 드러내야 합니다. 교회의 복음적 사랑과 능력은 규모와 업적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주님은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여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면 그곳에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님을 중심으로 함께 할 때 복음의 능력은 드러날 것입니다. 

서울교구는 이 믿음으로 2022년 새해부터 “신앙(신학) 운동과 신심(기도) 운동”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역사적 교회는 신앙 운동과 신심 운동으로 교회의 신앙을 새롭게 변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신앙(신학)은 성서와 전통과 이성을 통한 공동체의 성찰과 해석입니다. 성직자들이 교회공동체에 필요한 신앙의 글을 집필하고 번역하고 신자들과 함께 하느님의 진리를 찾아갈 때 교회의 신앙은 자라납니다. 신심 운동은 모든 신자가 주님의 제자로서 참여하는 헌신과 기도 운동입니다. 신자들의 기도는 삶의 현장에서 하느님을 더욱 구체적으로 만나는 은총과 체험으로 이끌어 갈 것이고 이럴 때 교회의 신앙은 살아있는 신앙이 됩니다.

지난해 서울교구는 365 성서통독운동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읽으며 코로나의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2022년에도 365 성서통독 운동이 지역교회에서 지속하도록 지원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아울러 코로나 19 일상회복에 맞추어 회복과 변화를 위한 신앙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전개하려고 합니다. 2021년에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세례교육 과정에 이어 견진교육과 혼배교육, 세대별 교육으로 계속 넓혀질 것입니다. 세실대학 학사운영이 보강되고, 신자사역자 관리가 더욱더 충실히 지원될 것입니다. 

지난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지역교회에서 성직자와 교우 여러분이 눈물과 기도로 “친교상통의 공동체”를 이루어주심을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코로나 19 극복기금, 성직자 생활안정기금, 퇴직기금에 교회와 교우들의 꾸준한 관심과 봉헌이 필요합니다. 작은 약속이 묵묵히 지켜지며 쌓여가며 선교의 열매가 풍성히 맺힙니다. 세상이 고통을 겪을 때, 이웃이 도움이 필요할 때 성공회는 늘 사랑의 섬김으로 응답합니다. 나눔의 집 사역과 사회선교 분야에 헌신하는 여러분의 수고가 어두운 곳, 치유와 회복이 필요한 세상 곳곳에 “빛과 소금”으로 전해집니다. 기후위기 생태위기의 해결을 위해서도 크고 작은 과제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입니다. 

어둠에서 빛이 비쳐 오듯이 성공회의 신앙과 실천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희망이 되리라 믿습니다. 깊은 밤은 새벽에서 아침으로 이어지고, 추운 겨울은 따스한 봄과 뜨거운 여름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다만 삼위일체 하느님의 한결같은 사랑과 자비에 의지하여 신실하고 충실하게 살아갈 일입니다. 

우리의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주님께서 서울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교우들을 은총으로 지키시며 돌보아주시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2022년 1월 1일 거룩한 예수 이름 축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교구장 이경호 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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